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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Ⅰ>
내가 압구정동에서 독일 제일 깊은 두메산골 Black Forest의 ‘Pfohren’이라는 마을로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그곳은 사람
수보다 소 머리수가 훨씬 더 많은 시골이기도 하다. 어느 날 독일 시골엔 드물게 보는 경찰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그것도 내게 영원한 ‘선생님’이신
이판근 선생님과 함께...
이판근 선생님은 해외 나들이 하시는 편에 세계 구석구석에 사는 제자들을 방문하곤 하셨는데 주소 한줄, 지도 한 장 갖고 나를 찾아오신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 들러 그곳에서 공부하던 착실하게 생긴 남자 분이 직접 차를 몰고 파리에서부터 말이다. 유럽에선 지도 갖고 집 찾기가 쉽다고 하지만
지도도 지도 나름이고 찾은 사람 나름(?)이지... 하여간 못 찾고 근처를 헤맸던가 보다. 신고 정신이 강한 이웃 독일 주민들이 ‘수상한 사람’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영어 못하는 시골 경찰과 독일어 못하는 이상한 동양 남자 둘이 손짓 발짓 끝에 오해를 풀고, 경찰차의 호송으로 우리 집을
드디어 오게 되었다. 그 경찰은 내가 몇 년 독일 생활에 처음 본 경찰이었다.
<Episode Ⅱ>
콘서트 후 LT은 끊임없는 ‘앵콜’에 시달린다. 더 이상 부를 곡이 마땅치 않아 생각해낸 굿 아이디어는 이름 하여 ‘즉석 콘서트!’
‘한번도 함께 불러 보지 않은, 그러나 한번 부른 곡은 받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곡을 관객으로부터 곡과 리듬 스타일을 주문 받아서 연주한다.
누군가 시작을 하면 이어 받거나 들으면서 화음이나 리듬을 넣으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데 때론 겹쳐지기도 하고 서로 미루다 저절로 피아노 솔로가
되기도 하고, 가사를 몰라서 스캣만 하다 끝날 때도 있다. 하지만 ‘Circle Song’ 형식으로 풀려서 일관성 있는 기본 리듬 위에 멋진 멜로디
라인과 소름끼치게 멋진 사운드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한번의 기회에 사전 편곡 없이 즉석 편곡 해 내는 맛과 멋을 우리도, 관중도 하나가 되어 즐기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의 강점은 한국말로 즉석 개사를 하는 것인데(Nobody Knows!) 급하게 튀어나온 단어들의 나열이 스스로도 말이 안 되고 기가
막히게 웃겨서 저절로 ‘에이구머니나’가 튀어나왔고 내친김에 끝까지 ‘에이구머니나’로 스캣을 했다. 신동 크리스티아네가 Catch한 것은 바로..!!
이 ‘즉석 콘서트’는 우리 앵콜곡의 필수가 되었다.
1. 아리랑 Arirang (정금화 / Arr. 정금화) --- 정규 레코딩에 수록
리더인 정금화의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곡으로 그녀가 만든 ‘아라리요’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독일에서 공연을 할 때 가장 인기 있는 곡으로
레이디스 톡(이하 LT)의 대표곡이다.
2. 여름 (이정선 / arr. 정금화) --- 정규 레코딩에 수록
정금화가 국내에서 활동하던 시절 부른 곡으로 지금도 뜨거운 여름철이면 자주 불려지는 노래이다. 다양한 화음과 효과음이 매우 아기자기하며 독일 여성들이
한국어 발음을 매우 완벽하게 구사한다.
3. Without Samba (Wolfgang Lackerschmid / arr. W.
Lackerschmid)
--- 정규 레코딩에 수록
섬세한 편곡과 경쾌한 리듬으로 LT의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는 곡으로 ‘여름’과 함께 바닷가에서 들으면 어울린 시원한 곡이다.
4. Kiss (Prince / arr. Christiane Oettl) --- 정규 레코딩에 수록
프린스의 초기 히트곡인 ‘Kiss’를 LT의 재주꾼인 크리스티아네 웨틀이 타이트하게 편곡했다. 프린스의 하이 보이스를 적절히 구사하는 메인 보컬과
그루브한 베이스 세션이 눈부시다.
5. Straighten Up And Fly Right (Irving Mills / arr. 정금화)
--- 정규 레코딩에 수록
백인 여성 트리오 보컬 팀인 앤드류 시스터스의 노래로 많이 알려진 곡으로 최근에는 로비 월리암스가 불러 바운스 있는 스윙 재즈의 맛을 되살리기도
했다. 이곡에서는 정금화의 피아노와 크리스티아네의 베이스 연주가 함께하고 있다.
6. 뭉게구름 (이정선 / arr. 정금화) --- 정규 레코딩에 수록
삼삼오오 모여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던 ‘뭉게구름’을 이렇게 들어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래 말은 언제 들어도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진다.
7. Capri Fisher (R. M. Siegel Sen. / arr. Alexandra Fischer)
독일의 옛 가요로 우리의 ‘두만강’ ‘울고 넘는 박달재’ 같은 곡이다. 라이브로 부를 때 독일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후반부에 흐르는 한국 가사는
무척 낭만적이다.
8. O Sifuni Mungu (trad. / arr. Babara Mayr) --- 정규 레코딩에
수록
스와힐리어로 부른 곡으로 아프리카의 민속적인 정취가 느껴진다. 다양한 LT의 레파토리와 곡의 소화능력을 만날 수 있다.
9. Soon And Very Soon (Andrae Crouch / arr. 정금화) --- 정규 레코딩에
수록
컨템포러리 가스펠 싱어 안드레 크로취의 곡으로 반복되는 멜로디 안에 종교적인 느낌까지 실려 보낸다.
10. Let's Get It On (Marvin Gaye / arr. Alexandra
Fischer)
--- 정규 레코딩에 수록
모타운 R&B의 최고 스타 중 하나인 마빈 게이의 최고 히트 곡으로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며 느린 템포로 소화하고 있다.
11. Sir Duke (Stevie Wonder / arr. Christiane Oettl) ---
정규 레코딩에 수록
재즈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팝음악의 거장 스티브 원더가 듀크 엘링턴에게 헌정한 곡이다. 아카펠라에서는 각자가 맡은 파트를 완벽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팀원들 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원곡의 다양한 브라스 세션을 각자 책임지고 소화하는 ‘Sir Duke’에서 LT의 파워를 느낄
수 있다.
- 자유와 음악을 사랑하는 정금화의 이야기
(메일과 편지, 팩스를 통해 보내온 글을 정리하여 실었음을 밝힙니다)
10년 전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서 관습과 형식에서 벗어나 솔직하고 자유로운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이 독일 행이었다. 전문적인 기술과 능력을 요하는 독일 생활에 만족했으며 특히 4년 전 옮긴 뮌헨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곳,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도시다. 지금의 나는 스스로의 삶과 감정에 솔직했기에 재즈적인 인생을 택했다고 생각한다.
징검다리에서 재즈를 하게 되기까지
초등학교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 레슨을 받았고 한양대 재학 시절인 ‘징검다리’라는 혼성 중창 그룹을 결성, 78년 TBC 해변 가요제에서 ‘여름’이란
노래로 그랑프리를 탔다. 학창 시절에는 부모님께서 비틀즈를 듣는 나를 빗나간 아이로 보셨을 정도로 내겐 ‘팝송도사’라는 별명이 붙어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관웅 씨의 피아노 연주를 듣게 되었다. 팝에서는 드문 하모니와 스윙감, 보사노바 등에 매력을 느꼈고 이판근 선생님께 재즈 이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누스 재즈 멤버로 올 댓 재즈에서 피아노 연주와 보컬을 선보이던, 나의 재즈 이력이 시작되었다. 1993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의
야누스 재즈 페스티벌 공식무대를 시작으로 사물놀이 팀과의 협연, 청주 KBS 주최 여름 밤의 재즈 콘서트, TV 출연 등이 이어지며 신세대 재즈
피아니스트 1호로 불려졌다. 또한 한충완의 귀국 연주회 때는 시카고 재즈 밴드와 함께 게스트 싱어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불현듯, 나는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1993년의 일이었다. 그곳에서도 ‘금화 정 밴드’ (Sigi Stehle (key), Arpi
Ketterl (b), Hans Fickelscher (ds), Thomas Perez Lopez (per), Dirk Wegner
(saxo))를 조직해서 활동을 했다. 그리고 카멜롯 서울(지금의 원스 인 어 블루문) 과 Maestro Jazz Bar(Amiga
Hotel) 등의 연주 섭외를 받아 94년, 96년 한국을 다녀가기도 했다. 당시 국내 기획사로부터 앨범을 제작하자는 섭외를 받고 자작곡 5곡과
재즈 스타일로 편곡한 팝송 8곡을 ‘금화 정 밴드’멤버와 함께 (이정식, 이주한, 함기호, 이영경, 유영수, 이동기, 남영국 등 세션 참여)로
녹음하고 마스터링까지 끝냈으나 독일로 돌아간 후 기획자와 소식이 끊어지면서 그 당시 녹음은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독일에서의 재즈 공부, 그리고 Ladies Talk
독일에서 독학으로 재즈 공부를 하던 중 1999년 뮌헨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꿈꾸어 오던 재즈 수업을 받을 3년 과정 학교 New Jazz
School Munich (NJSM)를 만나게 되었다. 피아니스트이며 싱어로 ‘Scat Max’로 불리는 Max Neisendorfer로 부터
피아노(전공), 보컬(부전공) 수업을 받았다. 보컬 수업은 나보다 10년은 어린 바바라 마이어에게도 받았는데, 지금은 Ladies
Talk(LT) 멤버로 동지가 되었다. 제일 어려웠던 수업은 오스트리아의 비밥 기타리스트인 Thomas Reimer에게 받은 재즈 이론
수업이었다. 독일어로 진행되는데다 말이 빠르고 사투리를 쓰는 탓에 녹음을 해와 복습을 해도 100% 이해할 수 없어 수학문제처럼 계산하며 공부하곤
했다. 현재 LT 멤버인 크리스티아네 웨틀은 당시 18살 최연소자였고, 나는 대부분의 강사진보다 나이가 많은(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최고령자로
입학을 했다. 그렇지만 둘 다 1년 반 만에 학교 최초의 초고속 졸업자가 되어 Diploma를 함께 땄다. 이때 내 제의로 여성만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그룹, LT가 결성되었다.
여자에겐 나이와 시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갖는 공통점인 ‘육감’이 있다. 잉태할 수 있기에 갖는 본능적인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섬세하고 창조적이며
힘이 있고, 묘하고 비밀스럽다. 때론 복잡하고 시샘하며 갈등한다. 물론 남자의 베이스 음과 화려한 드럼을 듣지 못해도 그 무엇을 느낄 수 있게끔
편곡하고 노래한다. 필요할 땐 직접 베이스와 피아노를 치고, 퍼커션을 연주하기도 한다. 2000년 결성된 LT는 각자의 매력을 지닌 다섯 명이
자신의 기운을 가득 담고 마음을 모은다. 그리고 듣는 이의 가슴에 화살을 던져 하나가 되는 즉흥적인 공연으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흥이
나면 삼바, 레게 춤에 아리랑 춤도 곁들이고, 심지어는 랩까지 선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호기심에 우리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하고,
여자들은 공감하고자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사람들은 그 말 많은 여자들을 모아 대장 노릇을 3년 넘게 하고 있는 한국 여자에
놀란다. 그리고 한국 여자들은 모두 그렇게 센 줄 안다. 그만큼 우리의 콘서트를 보고 나면 우먼 파워(Female Voice Power!)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독일-한국 재즈, 그 징검다리 역할을 위하여
독일 역시 음반 시장은 불경기이고, 국제적인 연주자에겐 기회가 든든해도 국내 연주자들에게는 기회가 드문 편이다. 하지만 공연 문화가 잘 발달되어
독창적이거나 실험정신이 있는 예술성, 주체성이 강한 연주자들에게는 크고 작은 기회가 주어진다. 문화 행사장과 재즈 클럽, 각종 페스티벌 무대가
늘 열려있고 이는 곧 유럽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은 독일에서 정한 ‘한국의 해’이다. 특히 준비성이 강한 독일인들은 단계적이고 조직적인 장기계획 세우기를 좋아하는데 4:1로 독일 쪽이
우세한 LT역시 2005년을 맞기에 분주하다. 심지어는 2006년 월드컵이 뮌헨에서 열려 한국과 독일이 결승할 경우를 대비해 곡을 쓰자고 보챌
정도니 말이다. 지금은 원곡이 독일곡인 ‘나비야’, ‘솔솔 부는 봄바람’, ‘노래는 즐겁다’, ‘이 몸이 새라면’ 등의 동요를 메들리고 편곡 중이다.
LT의 큰 작업 중 하나가 한국 가요의 독일화, 독일 가요의 한국화이다. 이번 CDplus에서도 실렸듯 한국말로 부른 곡도 꽤 많은 편이다. 우리말로
제일 먼저 시도했던 곡은 ‘재즈 아리랑(아라리요)’. 독일어 발음 기호로 적어서 처음 연습하던 날, 거의 완벽하게 사운드 되어 들리는 바람에 갑작스런
감동과 향수에 젖어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난다. 우리말은 비음이 적어 발음하기가 포르투갈어나 불어보다는 쉽고, 연주자들의 귀가 발달된 덕에 대강의
뜻만 알고도 노래를 들으면 배우기가 어렵지 않았다고들 한다. 위에서 말했듯 2005년 한국의 해와 한국에서의 공연을 대비해 간단한 단어들을 배우고
있는데 크리스티아네는 ‘에이구머니나’를, 바바라는 ‘모닥불’, 알렉산드라는 ‘건배’, 지나는 ‘나는 최고야’를 가장 좋아한다. 이들은 모두 김치와
잡채, 김밥을 좋아하기도 한다.
P.S
이번 MM의 CDplus를 통해 한국에서 LT의 공연과 더 나아가 정규 앨범제작에 문을 두드리고 싶다. 뜻이 맞는 좋은 분들과 재미있는 일들을
하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내 모든 친구들과 동료들, 징검다리 후배들, 야누스 재즈 선배님들, 그리고 나를 아직도 기억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리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레이디스 토크가 지난 3년간 참가했던 주요 국제
Festival>
“Regensburger Jazz Weekend”
- 아주 오래된 예쁜 도시 <Regensburger>에서 국제적인 규모로 열리는 행사로 그룹 결성 후 3년 내내 참가.
“Jazz Fest Rottweil” --- 꽤 유명한 남부 독일쪽의 국제행사로 2회 참가.
“Ebersberg Jazz Days” – 2회 참가
“Aying Jazz Festival” – 1회 참가
“Hotel Bayerischer Hof”의 무대는 가장 자주 서는 무대 중의 하나로 올해에도 8월 31일과 9월 1일에 2회 공연이
예정되어 있음. 이곳은 지명도 높은 뉴욕의 뮤지션을 항상 선호하는 무대이다.
“A Cappella Festival” --- 2005년 스위스 St. Gallen에서 3월에 열릴 예정인 이 행사에 이미 초청을
받음.
“Vokal Total” --- 독일에서 가장 큰 A Cappella Festival이고 ‘Spectaculum Mundi’에서 매년
열리는 행사로 세계 각국의 아카펠라 그룹들이 참여한다. 레이디스 토크도 이 행사에 2번이나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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